히스토리 교회

[사순절 묵상]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려드려라”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려드려라”

예루살렘 성전체제를 철폐하면서, 자신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보고 하나님과 더불어 살라고 하신 예수님의 선포는 제사장들을 비롯한 유대 기득권층에게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본격적으로 예수님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밉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책잡으려고 바리새파 사람들과 헤롯 당원 가운데서 몇 사람을 보내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습니까, 옳지 않습니까?'(막 12:14)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질문은 예수님을 ‘갈릴리 유다’ 의 사상을 따르는 급진적인 반로마적 인물로 몰아세우기 위한 미끼였습니다. 갈릴리 유다는 유대인들에게, 로마인들에게 납세하는 것은 이스라엘 하나님의 주권을 멸시하는 행위이기에 납세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예수님이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면 안 된다”라고 답하시면 당시 납세 거부 운동을 철저히 짓밟던 로마 군대가 예수님과 그 제자들도 진압할 게 뻔했습니다. 그러나 질문을 받은 예수님의 대답은 절묘했습니다.

예수님은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려드려라.”(17절)라고 선언하십니다. 이 말씀을 듣는 청중은 무엇이 ‘황제의 것’이고, 무엇이 ‘하나님의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데나리온을 가리키며 거기에 새겨진 이 초상은 누구의 것이며, 적힌 글자는 누구의 것이냐?”(16절)라고 물으신 것은 그 초상과 글자를 몰라서가 아닙니다. ‘황제의 것’과 ‘하나님의 것’에 대한 판단을 청중 스스로 하라는 의미이셨습니다. 뜻을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예수님의 말씀을 이렇게 재진술할 수 있습니다.

“황제의 것이라고? 그렇다면 황제에게 주어버려라. 대신 하나님의 소유는 그분께 온전히 드려야 한다. 너희가 생각하는 하나님의 소유는 무엇이냐?”

우리가 하나님의 소유라고 판단하여 온전히 드리는 것, 그것이 우리의 신앙과 생각 그리고 헌신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께 자신의 삶과 목숨을 돌려드렸습니다. 자신의 삶 전체가 하나님의 소유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세속 정부와 세금 문제에 관한 주요 본문으로 해석되어 온 이 이야기는 어떤 교리적 세부 지침을 주기보다는 항상 새로운 시대의 청중에게 그들의 신앙의 현주소를 발견하게 합니다.

새로운 정황 속에 놓인 우리들은 ‘황제의 것’이 무엇이고, 또 ‘하나님의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의 삶과 믿음을 통해 답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소유’를 그분께 돌려드리는 일, 곧 하나님 나라와 권세와 영광을 영원히 높이는 일에 전심을 다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 모든 세상은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유지하시고 번성케 하십니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다 주님의 것입니다. 우리 또한 주님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것을 우리에게서 찾으신다면 우리가 가진 무엇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전부, 우리 자신마저도 주님의 것임을 고백합니다. 주님, 오늘 주님께서 우리에게 “내 것을 내어놓으라.”라고 하신다면 우리 자신을 드릴 수 있는 믿음과 용기를 주옵소서.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뜻에 맞게 돌려드리는 저희가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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