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교회

[사순절 묵상] “이 여인이 한 일도 기억하라”



“이 여인이 한 일도 기억하라”

예수님이 베다니에서 나병 환자였던 시몬의 집에 머물며 음식을 들고 계실 때 여인이 매우 값진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옥합을 가지고 왔습니다. 당시에는 식사 전 손님에게 물이나 기름으로 손과 발을 씻게 하는 관습이 있었는데, 이때 사용하는 기름은 올리브기름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이 여인은 삼백 데나리온 이상 되는, 오늘날로 치면 1년치 노동자 연봉과 맞먹는 값어치의 향유를 예수님의 머리에 부어드렸습니다.

같이 식사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화를 내면서 여인을 책망했습니다. 그 향유를 돈으로 바꿔서 가난한 자들에게 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말이지요. 그들의 주장대로 향유를 팔아 자선을 했다면 누구에게나 칭찬은 받았을 겁니다. 더군다나 예수님은 공생애 기간 동안 호사스레 살지 않으셨기에 그렇게 비싼 향유를 쏟아붓는 것이 더욱 난감한 일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이 여인은 호산나 찬송을 받으며 예루살렘으로 들어오신 예수님을 뵈며 민족을 위해 일하시는 왕임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음을 담아 드리고 싶었던 것일겝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 여인의 의도가 그렇다고 해도 여인의 행동이 과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지극히 인간적으로 보면 그렇지요. 그러나 때로는 표현하지 않으면 안될 때가 있습니다. 향유옥합을 깨드린 여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사실 자신의 생명을 살리신 그분께는 비싼 향유옥합 한 근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사랑과 은혜를 받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과한 것이 절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하나님은 우리를 적당히 사랑하신 게 아니라 과하게 사랑하셨습니다. 아니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사랑하셨기에 성자 하나님을 보내신 것입니다.

여인이 행한 행동이 철없고 분별없는 행동이 아니었냐는 분노와 책망이 계속되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는 내게 아름다운 일을 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늘 너희와 함께 있으니… 그러나 나는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막 14:6-7)

그들은 나드 한 근이 얼마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지금이 예수그리스도를 왕으로 고백하고, 십자가 사명을 감당하실 분을 향한 가장 필요한 섬김의 때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예루살렘을 장악하실 것이라고 허황된 기대를 했는지 모르지만, 예수님은 성부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감당하며 죽음을 준비하시는 때였습니다. 그리고 여인의 헌신은 하나님께서 아들을 위해 베푸신 장례였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직후 바로 안식일이 시작되었기에 제대로 된 장례를 치루지 못하기에 미리 준비하시는 하나님의 위로셨던 것입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깊은 뜻을 알기에 예수님 역시도 향유를 부어 자신의 장례를 준비하는 것이라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그러시고는 참으로 아름다운 말씀을 하십니다.

“온 세상 어디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이 여자가 한 일도 전해져서, 사람들이 이 여자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맞습니다. 우리는 이 여인의 행동을 기억해야 합니다. 진심을 다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하여 예수님이 ‘나의 주님’ 임을 고백했습니다. 이 여인의 고백은 주변의 질타와 나무람 속에서도 자신을 살리신 예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기념하며 기리는 행동이었습니다.

사순절을 마무리 하며 고난주간을 살아가는 우리, 생명을 주시기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신 예수님께 나의 시간과 정성을 드리는 것은 아까운 것이 아닙니다. 그 여인의 고백처럼, 예수님을 ‘나의 구주, 나의 생명’으로 고백하며 우리의 삶을 드릴 때 예수님께서 기억하시는 아름다운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

[ 같이 하는 기도 ]

주님, 우리가 예수님을 나의 주님, 나의 메시아. 나의 왕으로 고백하게 도와주소서. 힘을 다해 정성껏, 어쩌면 세상이 보기에는 과하고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우리를 살리신 그 사랑을 고백하는 우리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모아둔 순전한 나드 옥합을 깨뜨리며 주님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분이시요 전부임을 고백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우리가 받은 은혜를 마땅히 고백해야 하는 그 때를 놓치지 않게 도와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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