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교회

[사순절 묵상] “나는 주님만 의지하며”



“나는 주님만 의지하며”

시편 31편의 시인은 고통 중에 있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나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울다 지쳐, 내 눈이 시력조차 잃었습니다. 내 몸과 마음도 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시 31:9)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누구도 시인을 위로하거나 도와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대적자들이 비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웃 사람들도 그를 혐오하고 친구들마저 끔찍한 것을 보듯 합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그를 피하여 지나갑니다.(11절) 겹겹의 고통 속에서 시인은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 이가 하나님 한 분 뿐임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우리는 시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 때문에 이런 고통과 외면과 따돌림을 당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31편 전체를 읽으면서, 하나님을 경배하는 시인과 달리 “썩어 없어질 우상을 믿고 사는 사람들”(6절)이 있었고, 시인이 그들과 갈등을 겪었으며, 그로 인해 곤란한 상황을 맞았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입니다.

시인은 자신이 ‘죽은 사람처럼’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깨진 그릇처럼 뷔에 버려진 신세(12절)라고 토로합니다.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공동체에 소속되려는 욕구가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존재라는 효용감을 느끼고 싶어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마치 죽은 사람처럼, 다시 말해 공동체 내에 없는 사람처럼 대하고, 물을 담을 수도, 손님에게 내놓을 수도 없는 깨진 그릇처럼 함부로 대한다면 깊은 상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시인은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나를 비난하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사방에서 협박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나를 대적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내 생명을 빼앗으려고 음모를 꾸입니다.”(13절)라고 하나님께 호소합니다. 이런 호소를 듣고서 어떤 사람은 그가 피해의식에 사로잡혔다며 비웃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네게 관심조차 없는데 우리가 무슨 이유로 너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겠는가?”라고 응수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14절에서 시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주님만 의지하며, 주님이 나의 하나님이라고 말할 것입니다.”(14절)

“누가 뭐라고 해도”에 담긴 시인의 심정을 혜아려봅니다. ‘주님의 얼굴을 구하며 ‘주님의 사랑이야말로 구원이 된다는 시인의 절절한 고백도 가만히 묵상해봅니다. 하나님을 경배하고 따라가다가 고통을 당할 때 혹은 나의 어리석음으로 시련을 마주할 때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주님만 의지하며, 주님이 나의 하나님이라고 말할 것입니다.”라는 시편 기자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 같이 하는 기도 ]

주님을 생각하며 주님이 하신 일을 우리 입으로 노래하게 하소서. 주님을 따르다가 고통을 당할 때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주님만 의지하겠습니다. “라고 고백하고, 우리의 어리석음으로 시련을 당할 때에도 마음을 돌이켜 주님을 바라보게 하소서. 주님은 우리의 소망이요 피난처이십니다. 사순절을 통하여 고난과 시련에 굴복하지 않도록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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