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교회

[사순절 묵상]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생활”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생활”

사는 것과 죽는 것은 모두 존재의 형태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살아있는 것을 기뻐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기피합니다. 하지만 신앙의 사람 바울은 삶과 죽음 그리고 그 경계라고 할 수 있는 옥에 갇힌 상황을 모두 ‘그리스도와 함께함’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세상을 떠나 육신이 주는 제한을 벗어버리고 그리스도와 함께 있기를 더 원했습니다. 하지만 동료 그리스도인들의 발전과 믿음의 기쁨을 더하기 위해 육신으로 남아 있는 것도 좋다고 말합니다.(빌 1:25) 살아서는 힘써 복음을 전할 것이고, 복음을 전하다가 옥에 갇히거나 죽게 되면 이를 통해 그리스도가 전파될 터이니 사나 죽으나 모두 유익하다는 것이지요. 빌립보서 1:21에 기록된 말씀,

“나에게는, 사는 것이 그리스도이시니, 죽는 것도 유익합니다.”를 공동번역 개정판에는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죽는 것은 나에게는 이득이 됩니다.”

라고 번역했습니다. 이 말씀을 조금 더 풀어보면 ‘내가 살가가는 것은 그리스도를 위한 일이고, 죽는다고 해도 좋은 일입니다”라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로 살고, 그리스도를 위해 살고, 그리스도와 더불어 살기에 죽음과 고통의 위험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참으로 큰 믿음입니다.

바울은 또한 빌립보 교인들에게 “오로지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하게 생활하십시오.”(27절)라고 격려합니다. ‘생활하라’는 동사로 번역된 헬라어 ‘폴리튜오마이’는 ‘시민으로 생활하다’ 혹은 ‘시민권을 행사하다’라는 뜻을 갖습니다. 바울이 이렇게 비유한 이유는 당시 로마 시민권을 자랑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로마 시민권에는 엄청난 혜택 뿐만 아니라 자부심을 가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로마 시민권을 자랑하거나 혹 부러워하는 이들에게 바울은 복음의 시민권으로 살라고 권면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구절은 ‘여러분은 그리스도가 세운 도시의 시민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 도시의 시민처럼 살아가십시오.’라고 전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가 세운 도시의 시민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따르는 한 정신으로 굳게 서서, 복음에 순종하는 한 마음을 갖취야 합니다.(27절) 이와 더불어 도시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 함께 분투하고, 도시를 침범하는 적들을 두려움 없이 맞서야 합니다. 은혜로 시민권을 얻었다면 그 시민권을 지키기 위해 고난을 함께 받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전쟁이 났을 때 도망가는 사람은 시민권자가 아니라 나그네나 외국인입니다.

바울은 하나님의 은혜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성령님의 능력으로 세운 도시의 시민답게 담대하고 헌신적으로 살아가는 모범을 보여주면서 빌립보 교인들에게도 그렇게 살자고 요청한 것입니다. 오늘날은 저마다의 부와 명예를 자랑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사회속에서 예수를 소유함을 자랑하고 예수의 제자된 명예를 자랑하는 그리스도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복된 사순절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우리는 주님이 세우신 도시의 시민권을 은혜로 얻었습니다. 이 복음의 도시는 정의와 평화와 사랑과 용서의 도시입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시민의 권리를 누립니다. 그러니 시민으로서의 책임도 다하게 하소서. 온갖 두려움을 넘어서는 용기를 주소서. 이리저리 눈치보는 겁쟁이가 되지 않고 작은 자에게 능력 주시는 성령님을 의지하게 하소서.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생활을 하도록 우리를 이끌어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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