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교회

[사순절 묵상] “내가 깊은 물속에서 주님을 불렀습니다”



“내가 깊은 물속에서 주님을 불렀습니다”

시편에는 참회를 주제로 하는 시들이 있는데, 시편 130편도 참회시에 속합니다. 시인은 ‘내가 깊은 물속에서 주님을 불렀다’고 합니다. 깊은 물속은 생명이 살 수 없는 깊은 바다를 떠올리게 하지요. 자신의 몰락을 보고 지인들조차 거리를 두려고 할 때 시인은 하나님께 매달리며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합니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자신의 울음소리를 들어달라고 간청합니다. 시인처럼 어려운 처지에 놓일 때 우리가 도움을 요청하며 부르짖어 찾을 분이 하나님 외에 또 누가 있겠습니까?

시인은 왜 그런 처지에 놓이게 되었을까요? 그는 남을 탓하지 않습니다. 그저 주님이 자신의 죄를 지켜보신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주님 같은 분이 지켜보며 흠을 찾으려 하신다면 도대체 누가 떳떳하게 설 수 있느냐고 탄원합니다. 우리는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죄악을 행합니다.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 기만하지만 저 깊은 양심이 우리를 고발합니다. 우리는 용서를 구하려 하고, 우리가 가담하거나 주도한 죄악에서 멀어지려 하지만 이미 저지른 죄악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쳤는지 알 수 없습니다.

나비 효과라는 말이 있듯 우리가 저지른 죄악의 결과로 누군가의 인생이 해를 입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저지른 죄악의 동기와 행위와 그 결과를 회개한다고 한들 다 책임질 수도 없고 돌이킬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하나님께 이렇게 고백합니다.

“용서는 주님만이 하실 수 있는 것이므로, 우리가 주님만을 경외합니다”(시 130:4)

오직 하나님만이 죄를 용서하신다는 고백은, 죄의 결과를 차단하고 만물을 온전하게 회복시킬 분이 오직 하나님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시인은 좌절과 죽음의 공간인 저 깊은 물속에서 죄를 용서하고 회복시키시는 자비의 하나님을 기다립니다. 그분이 ‘내가 네게 삶의 기회를 다시 주겠다.”라고 말씀하시기를 기다립니다.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더 간절하게 말이지요. 7-8절에서 시인은 깊은 물속에서 주님을 향해 울부짓다가 깨달은 것을 이스라엘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시인 개인이 그러했듯 이스라엘, 나아가 우리 모두는 하나님을 향해 소망을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분에게만 ‘인자하심과 속량하시는 큰 능력’이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오직 그분만이 우리를 모든 죄악에서 구원하실 것입니다.

“주님, 주님을 찾는 법을 가르쳐주옵소서. 우리가 주님을 찾을 때 우리를 찾아와 주님을 보여주옵소서. 주님이 가르쳐주시지 않으면 우리는 주님을 찾을 수 없고, 찾기를 시작할 수조차 없습니다. 주님을 간절히 구하고 기다리는 법을 가르쳐주옵소서. 주님을 기다리는 가운데 주님을 찾아나서는 법을 가르쳐주옵소서. 주님을 찾아 나서는 가운데 주님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처주옵소서. 주님을 사랑하는 가운데 주님을 보게 하옵소서.'(랜터베리의 안셀무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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