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교회

[사순절 묵상]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간음하다가 잡힌 여자를 플고 와서는 예수님께 질문했습니다.

“선생님, 이 여자가 간음을 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모세는 율법에, 이런 여자들을 돌로 쳐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뭐라고 하시겠습니까?”(요 8:4-5)

성적 정결을 중요하게 여기던 바리새인들은 모세의 율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질문을 한 것일까요? 예수님을 고발할 빌미를 잡고자 한 것입니다. 세리와 죄인의 친구로 알려진 예수, 그들과 함께 식사하며 그들 역시 하나님의 자녀라고 주장하는 예수가 모세의 법을 준행하라고 하면 그는 더 이상 세리와 죄인의 친구가 아니게 됩니다. 더군다나 당시 사형 언도권은 로마 통치자에게 있었기에, 여인을 사형에 처하라고 하면 이는 로마 지배  체제를 거스르는 일이 됩니다. 

반면 간음한 여인을 살리라면서 모세의 법에 위반하는 말을 하면 예루살렘에서 가르치는 선생의 역할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몸을 굽혀서 손가락으로 땅에 무언가를 쓰셨습니다. 그들이 계속 다그쳐 묻자 예수님은 마침내 이렇게 답하십니다.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9:7b) 

그러고는 다시 몸을 굽혀서 땅에 무언가를 쓰셨습니다. 우리가 아는 대로 ‘이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이로부터 시작하여, 하나하나 떠나가고 (9절) 마침내 여인만 홀로 남게 되었습니다. 부적절한 관게라면 상대 남자도 있어야 할 터인데, 이 이야기에는 남자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여인에게는 그녀를 보호해줄 남편이 없었던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있었다면 남편이 먼저 돌을 들었겠지요. 여인에게는 가족도 없었던 모양입니다. 가족, 특별히 남자 가족이 있었다면 이른바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헤 먼저 돌을 들었을 테니까요.

그렇게 본다면, 그 여인은 사람들이 함부로 해도 되는 처지에 놓인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예수님을 곤경에 몰아넣고 그분을 향한 군중의 지지를 꺾기 위한 도구로 쓰인 게 아닐까요? 어차피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할 여인이니 아마 이 일에 가장 쉽게 쓰일 수 있었을 겁니다. 당시 권력을 쥔 종교 지도자들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한 목숨을 기꺼이 희생시키려고 했습니다.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여인의 생명을 희생하면서 까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고 말이지요.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다른 사람을 도구 로 취급하며 희생시키려고 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지 모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도구로 취급하려던 바로 그 사람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셨습니다.

또한 누구의 도움도, 그 어떤 도움도 기대하지 못하는 인생, 억울한 일을 당한다해도 이렇다하게 대응도 반항도 할 수 없는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우리를, 아니 나를 구하러 예수님께서 오셨습니다. 이번 사순절에 그 십자가의 깊은 사랑을 더더욱 깊이 누리고 남들이 함부로 해도 마땅한 우리를 그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인생을 살게 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또 찬양합니다.

세상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을 돈벌이의 대상으로, 출세할 재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인성이 무너지고 존중이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부어주옵소서. 한 생명이라도 그리스도의 깊은 사랑을 경험하게 하옵소서.

함부로 대하는 관계 속에서 함부로 사는 방법을 배우는 이 시대에,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예수님의 깊은 사랑을 통하여 우리 또한 주변을 품고 사랑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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